34살, 결혼자금 4천만원… 헤어졌어요.
저는 34살이고 중소기업 과장이에요.이젠 전남친이 된 그 사람은 35살로저랑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과장입니다.
사내커플로 1년 정도 사귀다가작년 가을에 전남친이 다른 회사로 이직했고최근 결혼하자고 하길래 승낙했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뭔가 진행은 못하고상황 봐서 내년 봄이나 여름에 하자며서로 결혼 준비에 필요한 대화를 하면서부모님께 인사드릴 날짜 잡는 중이었어요.
자연스레 월급과 결혼자금 얘기가 나왔고그 사람은 9천만원을 모았다더군요.저는 4천만원을 모았고요.
월급은 자기랑 비슷하게 받으면서(둘 다 실수령 300만원 정도입니다.)여태 고작 4천만원 모았냐며 몰아붙이더군요.네, 4천만원만 들으면 누구라도 적다고 하겠죠.
하지만 제게도 사정이란게 있었고그 사람에게 제 사정을 모두 설명했었습니다.결혼 얘기 나오기 전부터, 사귀면서 얘기했었어요.
제가 중학생 때아버지가 손대신 사업이 잘못되면서 빚이 생겼어요.살던 집을 팔아서 갚아도 2억대 빚이 남았어요.
아버지도 바로 일을 구하셨고 엄마도 일하시고 저와 오빠도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하면서 도왔습니다.
오빠는 공부머리 없다며 대학 진학을 포기했고그나마 성적이 좋은 저라도 대학 가라고 그래서저는 학자금대출 받아 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렇게 네 식구가 매달려 빚을 갚고겨우 월세 탈출해서 전세로 이사갔습니다.그게 제가 31살 때네요.
가족 빚 갚는 거 돕느라 미뤄뒀던제 학자금대출을 그때부터 갚기 시작했어요.
2900만원 정도 되는 대출금 갚는데 1년 조금 넘게 걸렸고 32살 끝자락에 드디어 모든 빚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그 후 모으기 시작한 돈이 4천만원 조금 넘습니다.월 230만원씩 모았네요.
돈 모으기 시작하면서 전남친을 만나게 됐고사귄지 반년 이상 지난 후, 나이도 있고진지한 만남이란 생각 들어서 사정 얘기 다 했었어요.
그런 저에게 힘들었겠다, 고생했다, 이제 모으면 되지그렇게 절 위로하던 사람이었는데…
막상 제가 2년간 모은 돈이 4천만원이라 하니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네요.
자기는 쓸 거 다 쓰면서 조금씩 모아도이 나이 되니 9천만원은 되더라며다 부모님한테 몰빵한게 말이 되냐그게 변명이 되냐 고작 4천만원 가지고결혼하겠다고 승낙을 했느냐 하더라고요.그 말들이 너무 비수로 저에게 꽂혔습니다.
하지만 변명하는 것도 비참하고그래, 우린 사는 환경이 틀리구나 싶어알겠다, 서로 경제적인 차이가 크니 헤어지자 했는데
저보고 부모님께 도움 받아서 1억을 채워오라더군요.자기도 올해 안에 1억 채우겠다고.
니 말대로 부모님께 니가 몰빵했다면이제 부모님이 너 도와주실 차례 아니겠냐면서요.
절 도와주실 형편이 되셔야 말이죠.이제 겨우 전세 살면서 노후자금 마련하신다고조금씩 돈 모으시는데 그걸 뺏어올 수 있나요?제가 노후를 책임져 드릴 것도 아닌데?
그렇겐 못하겠다, 그냥 우리 안 맞으니 헤어지자 했더니결혼할 것도 아니면서 왜 시간낭비하게 만들었냐며양심이 없다며 저를 공격해오네요.
여유 생겼다고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아보겠다고연애하고 결혼할 생각한 내가 미련했다넌 너랑 맞는 여자 만나라 하고 헤어졌어요.
전화번호 차단하니 메신저, 메일로 연락오고아직도 저를 꾸준히 공격했다 달랬다 하네요.
방금도 메일함 열어보니 누구든 니 나이에 4천만원 모았다고 하면 기겁한다며잔뜩 날선 악담을 보내왔네요…
어차피 이 사람과 저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끝이지만
살다가 좋아하는 사람 생겨도,가난하니 시작조차 말고 그냥 단념해야 하는 걸까요?
그 사람의 날선 말들이 생각나 자꾸 우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