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혜안이 된 '비빔밥 세계화'
사실 한국이 60년대, 70년대 경제 성장으로
개발도상국에 진입하긴 했지만
절대 빈곤을 탈출했다 뿐이지
생활은 그다지 여유롭지 못했어
70년대 기준으로는 근사한 식당 취급 받던 경양식당에서 팔던 메뉴가
한국식 돈까스였던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그 시절 중산층이 먹는 것보다
오늘날 흙수저라고 자조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잘 먹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 다했지
그러다가 80년대 들어서면서
3저 호황으로 단군 이래 최대의 호시절을 맞이하면서
올림픽을 치룰 무렵에는 한국이 충분히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되었어
이렇게 등 따숩고 여유가 생기니까
그동안 무시당하고 살던 게 떠올라서
세계인들에게 '닷씨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라고 한국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 거지
그래서 당시부터 한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게
바로 한식의 세계화였어
그런데 그 많고 많은 한식 중에서
가장 한식 세계화 사업의 혜택을 많이 본 게
바로 비빔밥 이었거든
이런 식의 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빔밥은 한식 세계화 과정에서
정말 편파적인 수준으로 지원을 받았어
30년도 훨씬 전에는 즉석밥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스튜어디스들이 항공기에서 밥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정부의 '하십시오' 라는 요구에
대한항공에서는 비빔밥으로 기내식으로 제공했을 지경이었고
이런 식으로 '두 유 노우 비빔빱?' 이라고
세계인들을 상대로 비빔밥 홍보에
수 많은 돈을 들였을 정도였어
그래서 매년 수백억원의 혈세가 이런식으로
비빔밥을 비롯한 한식을 알리는데 쓰였지
비빔밥을 비롯한 한식을 얼마나 세계에 알리고 싶었던지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이 오면
'한식의 정수인 비빔밥 츄라이 츄라이' 라고
비빔밥을 메뉴로 제공할 정도였었거든
심지어 입맛이 초딩입맛이라고 할 정도로
햄버거와 콜라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트럼프한테조차
'양국의 우애와 화합의 상징입니다' 라고 비빔밥을 올렸을 정도면
이 나라가 얼마나 비빔밥 세계화에 열성적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물론 한국이 비빔밥을 야심차게 홍보한 건 좋았지만
'너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비빔밥을'
이렇게 답정너 식으로 주입하려고 했던 건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내진 못했어
미국만 하더라도 한식 선호도에서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비빔밥은
투자한 비용대비 선호도가 높지 않았었거든
그래서 미국에서도 저런식의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고
일침하기를 좋아하는 어느 분께서도 이렇게 비판했을 정도였지
지금은 저 분에 대해서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은 건 알지만
당시 주장 자체는 상당히 호응을 얻었던 걸로 기억해
해외에서는 한식하면
갈비나 한국식 간장 치킨 같은
뭔가 육식 위주의 메뉴들이 잘 나가는 상황에서
높으신 분들이 그런 메뉴들은 '한식이라고 할 수 없다' 고 거부하며
한식은 아무래도 근본인 비빔밥을 밀어야 한다고
투자 대비 호응이 나오지 않음에도 비빔밥 위주로 미는 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꽤 많았지
나도 5년 전만 하더라도 비빔밥보단 다른 메뉴를 밀어야 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최근들어서 중국이
비빔밥은 중국 요리라고 밑밥을 깔고 있는 걸 보면
그 놈의 비빔밥에 꽂혀서
세계에 알린다고 돈 때려 박았던 게
지금 와선 '혜안' 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
중국이 내수용 위키인 바이두 백과에
'비빔밥은 중국 음식' 이라고 박긴 했지만
아무래도 자기네들도 비빔밥 전체를 처음부터 자기네 꺼라 하긴 그러니까
일단 돌솥 비빔밥 같이 마이너한 것부터
아무튼 조선족의 문화 유산이다 식으로 작업에 들어간 상황인데
한국이 비빔밥을 세계에 알린 게
들인 비용 대비 호응이 아쉽긴 하지만
루프트 한자 같은 독일계 항공사에서도
이렇게 비빔밥을 기내식으로 제공할 정도로
나름 세계에 인지도를 쌓은 상황이니 그나마 다행이지
만일 한국이 비빔밥을 손 놓고 있었다면
'비빔밥은 3000년 역사의 유서깊은 중화 요리이며,
이건 우리네 기록들로 증명할 수 있다
비록 원서가 문화대혁명때 실존되었긴 했지만
아무튼 한국은 우리 비빔밥을 훔쳐간 걸 반성하라!'
이랬을 게 그간 벌어졌던 패턴이라서
당시 왜 피 같은 세금으로 비빔밥만 미나 라고 비판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네...